아리조나 장수제

트랜스포머 2: 폴른의 복수를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그냥 소감만 말씀드리죠.

아니, 사실 스포일러를 당할 수도 없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감독이 공언했던바와 같이, 2편은 정말 액션에 집중하였습니다. 과도할 정도죠.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물량 공세에 공세에 공세를 거듭합니다.

엄청난 수의 오토봇, 디셉티콘 들이 등장하며, 그 대수가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는 알 수 없을 정도. 아무래도 이번 영화는 '캐릭터' 간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양 진영'간의 대결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작에 나왔던 주요 로봇들을 제외하고 이름한자 등장하는 로봇들은 정말 몇 대 안됩니다만, 등장하는 로봇의 수를 생각할 때 출석부를 부를 수도 없고 일일히 캐릭터 특성을 살리는 것에는 무리가 따랐을 겁니다. 그래서 아마 감독도 아예 전략을 바꾸어서, 개별적 로봇을 세세히 그리기보다는 그냥 대규모의 병력끼리 맞붙는 '전투'를 그리는데 집중했을 듯 합니다. 최소한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영화로 구현되었습니다.

CG의 수준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1편도 놀라운 CG를 보여 줬지만 2편에서는 이를 능가합니다. 안타깝게도 합체씬은 생각보다 대충 넘어가긴 했습니다만, 개별 로봇들의 움직임은 전작보다 훨씬더 다양하고 복잡해졌습니다. 이제는 아주 '쿵푸'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 무술의 애매한 집합개념) 를 시전하시더군요. 특히 숲에서 펼쳐지는 1:3의 싸움 장면은 이런 면에서 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로봇모양의 옷을 입은 사람이 아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이연결 수준의 무술을 펼쳐 보이는 느낌이랄까요? 거기에 육중한 중량감이 더해지니, 액션으로는 뭐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죠. 이런 액션이 문자 그대로 쉴새 없이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사운드 역시 훌륭합니다. 스코어 부분은 제가 음악을 잘 모르다보니 뭐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효과음 부분은 중량감과 액션을 잘 살렸습니다. 이 점은 1편도 마찬가지였죠.


스토리요? 에.......뭐 별거 있나요? 애초에 트랜스포머 영화에서 스토리를 기대하는건, 800원짜리 라면을 사서 뭔가 이것저것 넣으면 5000엔짜리 '라멘'이 될 거라고 상상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바랄 걸 바라세요'. 그건 마치 홍주희가 제대로 된 번역을 하길 바라는 거랑 같아요. 애시당초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는 것이죠. 다만 생각보다 너무 빈약한 측면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저는 그냥 눈 감아버렸습니다. 헐헐.

마이클 베이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뻔하지만 맛있는 조미료인 '개그' 는, <트랜스포머 2>에서는 좀 더 성인, 아니 성인이라기 보다는 대학교 신입생 남자 수준의 개그로 탈바꿈했습니다. 세심한 여자분들이나 성적인 측면에서 보수적인 분들, 또는 부모님이나 여자친구와 함께 가신 분들은 좀 불편하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트랜스포머들도 그런 류의 개그 구사에 동원되었으니까요 -_-;

<트랜스포머 2: 폴른의 복수>가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지루함' 입니다. 에? 액션에 2시간 20분동안 집중했다면서, 왜 지루하냐구요? 너무 많이 나오니까 지루한 겁니다. 인간의 뇌는 유사한 감각이 지나치게 몰려들어오면 곧 피로해지고, 더 이상의 피로를 방지하기 위해 무감각해져 버립니다. 따라서 매사 완급 조절이 중요한 거죠. 하지만 마이클 베이는 지나치게 액션에 공들인 나머지, 이 완급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네, 영화는 (액션 측면에서는) 정말 훌륭합니다. 과장이 아니라 최첨단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에요. 쉴 새가 없죠. 문제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2시간 20분에 걸쳐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면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나중에는 피곤해질수도 있다는 것이죠. 롤러코스터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중간에 좀 쉬어 줘야 재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마이클 베이는 관객들의 '뇌력'을 너무 믿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류의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어지간한 공세에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만, 그런 저도 중간에는 피로함을 느꼈습니다. 덜 익숙할수록 피로감은 더하겠죠.

(번역은 이야기하지 않으렵니다. 진짜 '안티 홍주희 카페'라도 개설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메간 폭스는....에....굳이 말할 거 있나요? 훗. 샤포프는 전생에 지구를 구했을 듯.)

요약하자면, <트랜스포머 2: 폴른의 복수>는 자동차와 비행기, 로봇에 열광하며 액션을 선호하는 젊은 남성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1편도 비슷했지만, 2편에서는 이러한 남성 관객 편향성이 더 진해졌습니다. 물론 액션을 좋아하는 여성분들도 재미있어 하시겠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그렇다 이겁니다.

취향에 따라 별점을 매겨 보자면 (빛나라 죽음의 별!)

1. 나는 다 필요없다. 2시간동안 눈과 귀가 즐겁고 싶고 스토리는 어차피 기대도 안한다. 수많은 로봇과 수많은 싸움을 원할 뿐!

이런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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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적당한 수준의 액션과 스토리가 좋은 사람이다. 균형이 필요하다

1061010997.jpg 1061010997.jpg 1061010997.jpg  + 1/2 개 (반쪽짜리 데스스타가 어디갔더라 -_-)


뭐 대략 이 정도입니다.

그래도 더운 여름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복잡한 세상사를 다 잊고

쉬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강추해 드립니다.

기왕지사 보실거 스크린 좋은데, 사운드 좋은데에서 보시길. 저번에 T4를 여러 번 보고나니 사운드때문에 영화가 달라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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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4 15:56 2009/06/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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