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 동안 지나치게 남성 위주의 SF 도서추천을 올린 듯 하여
오늘은 양성평등의 추구와, 대부분 SF에 대한 고정관념에 크게 사로잡혀 계신 여성독자제위를 위해
좀 다른 취향의 SF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바로 <시간 여행자의 아내> 입니다.

얼마 전 에릭 바나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했죠.
(트로이의 에릭 바나와 좀 비슷한 이미지더군요. 절대 스타트렉의 에릭 바나를 찾으시면 안됩니다. 하긴 뭐 스타르렉에서는 이게 에릭 바나인지 아닌지 알아보기조차 쉽지가...)
장르는 SF입니다만, 하위장르로 다시 구분하자면 SF 로맨스입니다. 하지만 진부한 로맨스는 아닙니다. SF라는 장르만이 가능한 플롯과 개연성으로 뽑아낸 독특한 감각의 SF죠.
스포일러랄 것도 없는 부분이라 (책 뒷장에도 써 있고, 광고에도 써 있는 내용임) 약간 말씀을 드리자면,
주인공 헨리는 시간여행자입니다. 기계나 그런것으로 여행을 하는 건 아니고,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서, 말하자면 시공간 안에서 감각을 상실하고 아무데로나 떨어지는 그런 증상을 겪는 사람입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이 아무때나 이동해서 무척 난감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죠. 게다가 심지어 옷도 안따라와서 맨몸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무시간으로나 가는 건 아니고, 자기 인생과 중요하게 맞닿아 있는 사람이나 시점으로 주로 이동합니다. 이런 설정이 이 작품의 키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시간여행물의 기본이 되는 타임 패러독스적 장치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로맨스가 아닌, SF로맨스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구요). 자세한 의미는 읽으면서 곱씹어 보시고...
여하튼 이런 이동으로 인해 클레어 앱셔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 과정은 다른 로맨스물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이거까지 이야기하면 정말 스포일러라서 말씀은 못드리지만, 작품 초반부터 바로 나오는 이야기이자 이 작품만이 가지는 특색이기때문에 읽는 내내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작품 자체의 분위기는 매우 잔잔합니다. 그러면서 쓸쓸함도 느껴지지만, 둘의 애틋한 감정과, 시간여행자로, 서 그리고 그의 아내로서 겪는 시련과 슬픔, 기쁨을 잘 표현하였죠. 중간 중간 가슴이 짠해지는 장면도 많고,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가면서 ....
(아 이거 스포일링 안하면서 쓰려니 힘드네요. 일단 읽어 보십시오. 아마 많은 남성분들도 마음에 들어하실 훌륭한 로맨스 소설입니다. 최소한 제 주위 남자들은 다 걸작으로 꼽고, 여자 독자들은 100% 찬양 모드입니다)
본인이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으신 남자분들은, 특히 2권부터는 숨어서 혼자 읽으시길 바랍니다.
또는 아내분이나 여자친구분에게 선물로 주어도 아주 마음에 들어하실 겁니다. 평소에 책 지른다고 눈총받으셨다면 이번을 기회로 만회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책 안표지에다가 (되도록 뒤쪽 표지에 읽고 나서 볼 수 있도록),
"나는 헨리처럼, 매 순간 순간 너를 계속해서 사랑하고 있어" 라고 써서 주시면
눈총을 받아도 점수는 딸 겁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구요? 일단 시키는 데로 하십쇼. 다 읽어 보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훗.
이야기가 나온김에 잠시 첨언하자면,
위에서도 말했지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기본적으로 로맨스이지만, SF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인 시간여행 자체가 SF의 전형적인 장치이며, 장르로서 갖추어야 할 특징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시간여행은 착각도, 마약중독에 의한 환상도, 마법도 아닌 외삽에 의해 설명이 가능한 '현상' 이자 '변화' 이며, 모든 사건은 헨리의 랜덤한 시간여행이라는 변화에 의해 촉발됩니다. 책은 이 변화의 양상과 이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인생의 변화를 그리고 있죠. 아주 훌륭한 SF입니다.
보통 SF하면 우주선과 외계인, 전쟁과 로봇등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태생적으로 SF는 웨스턴에서 진화한 장르였고, 펄프였습니다. 따라서 태어나면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펄프 분위기의 마초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부분은 SF의 분명한 일부이며, 절대 소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SF중 많은 작품들은 저런 전형적인 소재들을 전혀 다루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SF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주선과 외계인이 나오기는 하지만 기존의 스페이스 오페라와는 완전히 다른 르귄의 헤인 시리즈가 있고, 심해의 극한환경에서 잠수복 없이도 맨몸으로 작업할 수 있는 인간의 우울하고 암울한 이야기를 그린 피터 와츠의 <starfish>같은 작품도 있으며, 자폐아의 시선에서 자폐와 정상의 구별짓기와 정체성 문제를 다룬 걸작 <어둠의 속도>와 같은 작품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획자들이 오늘도 남다른 SF를 소개하고자 머리를 싸매고 있지요. 사실 그 유명한 <로드>도 분명한 SF이며, 아주 오래된 장르인 멸망 후(post apocalyps) 를 다룬 작품이지요. 우리나라는 SF에 분류해놓지 않았지만 영미권의 평론가들은 다 SF라 생각하며, 아마존에 가 보셔도 SF 장르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책입니다.
SF가 무조건 위대한 장르라는 말은 당연히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자룡이 헌 창 쓰듯이 꺼내는 스터전의 명언이 있습니다.
"SF의 90% 쓰레기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의 90% 역시 쓰레기이다"
즉, SF 중에는 좋은 것도 나쁜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SF라고 다 싸구려 펄프는 아닌 거고, 다 레이저총으로 외계인을 버터구이 오징어로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에서 SF라고 평론가들이 우겨대는 책 중에는, 이 가을 외로운 솔로의 마음을 울릴 만한 작품도 있고,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심금을 울릴 작품도 있는 겁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SF라고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말아 달라는 거죠. 질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취향에 안 맞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 작품 개별적 문제인 겁니다.
아 왜 전 항상 사족이 더 길까요
그 동안 지나치게 남성 위주의 SF 도서추천을 올린 듯 하여
오늘은 양성평등의 추구와, 대부분 SF에 대한 고정관념에 크게 사로잡혀 계신 여성독자제위를 위해
좀 다른 취향의 SF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바로 <시간 여행자의 아내> 입니다.

얼마 전 에릭 바나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했죠.
(트로이의 에릭 바나와 좀 비슷한 이미지더군요. 절대 스타트렉의 에릭 바나를 찾으시면 안됩니다. 하긴 뭐 스타르렉에서는 이게 에릭 바나인지 아닌지 알아보기조차 쉽지가...)
장르는 SF입니다만, 하위장르로 다시 구분하자면 SF 로맨스입니다. 하지만 진부한 로맨스는 아닙니다. SF라는 장르만이 가능한 플롯과 개연성으로 뽑아낸 독특한 감각의 SF죠.
스포일러랄 것도 없는 부분이라 (책 뒷장에도 써 있고, 광고에도 써 있는 내용임) 약간 말씀을 드리자면,
주인공 헨리는 시간여행자입니다. 기계나 그런것으로 여행을 하는 건 아니고,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서, 말하자면 시공간 안에서 감각을 상실하고 아무데로나 떨어지는 그런 증상을 겪는 사람입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이 아무때나 이동해서 무척 난감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죠. 게다가 심지어 옷도 안따라와서 맨몸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무시간으로나 가는 건 아니고, 자기 인생과 중요하게 맞닿아 있는 사람이나 시점으로 주로 이동합니다. 이런 설정이 이 작품의 키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시간여행물의 기본이 되는 타임 패러독스적 장치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로맨스가 아닌, SF로맨스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구요). 자세한 의미는 읽으면서 곱씹어 보시고...
여하튼 이런 이동으로 인해 클레어 앱셔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 과정은 다른 로맨스물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이거까지 이야기하면 정말 스포일러라서 말씀은 못드리지만, 작품 초반부터 바로 나오는 이야기이자 이 작품만이 가지는 특색이기때문에 읽는 내내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작품 자체의 분위기는 매우 잔잔합니다. 그러면서 쓸쓸함도 느껴지지만, 둘의 애틋한 감정과, 시간여행자로, 서 그리고 그의 아내로서 겪는 시련과 슬픔, 기쁨을 잘 표현하였죠. 중간 중간 가슴이 짠해지는 장면도 많고,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가면서 ....
(아 이거 스포일링 안하면서 쓰려니 힘드네요. 일단 읽어 보십시오. 아마 많은 남성분들도 마음에 들어하실 훌륭한 로맨스 소설입니다. 최소한 제 주위 남자들은 다 걸작으로 꼽고, 여자 독자들은 100% 찬양 모드입니다)
본인이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으신 남자분들은, 특히 2권부터는 숨어서 혼자 읽으시길 바랍니다.
또는 아내분이나 여자친구분에게 선물로 주어도 아주 마음에 들어하실 겁니다. 평소에 책 지른다고 눈총받으셨다면 이번을 기회로 만회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책 안표지에다가 (되도록 뒤쪽 표지에 읽고 나서 볼 수 있도록),
"나는 헨리처럼, 매 순간 순간 너를 계속해서 사랑하고 있어" 라고 써서 주시면
눈총을 받아도 점수는 딸 겁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구요? 일단 시키는 데로 하십쇼. 다 읽어 보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훗.
이야기가 나온김에 잠시 첨언하자면,
위에서도 말했지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기본적으로 로맨스이지만, SF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인 시간여행 자체가 SF의 전형적인 장치이며, 장르로서 갖추어야 할 특징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시간여행은 착각도, 마약중독에 의한 환상도, 마법도 아닌 외삽에 의해 설명이 가능한 '현상' 이자 '변화' 이며, 모든 사건은 헨리의 랜덤한 시간여행이라는 변화에 의해 촉발됩니다. 책은 이 변화의 양상과 이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인생의 변화를 그리고 있죠. 아주 훌륭한 SF입니다.
보통 SF하면 우주선과 외계인, 전쟁과 로봇등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태생적으로 SF는 웨스턴에서 진화한 장르였고, 펄프였습니다. 따라서 태어나면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펄프 분위기의 마초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부분은 SF의 분명한 일부이며, 절대 소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SF중 많은 작품들은 저런 전형적인 소재들을 전혀 다루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SF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주선과 외계인이 나오기는 하지만 기존의 스페이스 오페라와는 완전히 다른 르귄의 헤인 시리즈가 있고, 심해의 극한환경에서 잠수복 없이도 맨몸으로 작업할 수 있는 인간의 우울하고 암울한 이야기를 그린 피터 와츠의 <starfish>같은 작품도 있으며, 자폐아의 시선에서 자폐와 정상의 구별짓기와 정체성 문제를 다룬 걸작 <어둠의 속도>와 같은 작품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획자들이 오늘도 남다른 SF를 소개하고자 머리를 싸매고 있지요. 사실 그 유명한 <로드>도 분명한 SF이며, 아주 오래된 장르인 멸망 후(post apocalyps) 를 다룬 작품이지요. 우리나라는 SF에 분류해놓지 않았지만 영미권의 평론가들은 다 SF라 생각하며, 아마존에 가 보셔도 SF 장르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책입니다.
SF가 무조건 위대한 장르라는 말은 당연히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자룡이 헌 창 쓰듯이 꺼내는 스터전의 명언이 있습니다.
"SF의 90% 쓰레기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의 90% 역시 쓰레기이다"
즉, SF 중에는 좋은 것도 나쁜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SF라고 다 싸구려 펄프는 아닌 거고, 다 레이저총으로 외계인을 버터구이 오징어로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에서 SF라고 평론가들이 우겨대는 책 중에는, 이 가을 외로운 솔로의 마음을 울릴 만한 작품도 있고,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심금을 울릴 작품도 있는 겁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SF라고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말아 달라는 거죠. 질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취향에 안 맞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 작품 개별적 문제인 겁니다.
아 왜 전 항상 사족이 더 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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