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장수제

3. 슈퍼 볼케이노, BBC 제작

옐로우스톤에 관한 특이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아니, 다큐멘터리라기 보다는 과학적 이론에 기초한 재난 영화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전체가 거대한 마그마 챔버 위에 있는 화산대지인 옐로우스톤에서,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수퍼 폭발(super volcanic eruption)에 관해서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영화 형식의 다큐죠.

이 다큐는 절대 다큐멘터리 티를 내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나는 영화다. 그것도 재미있는 재난 영화다'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거대한 국립공원인 옐로우스톤. 사실 이곳은 화산 지대입니다. 이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소장인 주인공은, 옐로우스톤 곳곳에서 이상한 현상을 감지합니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여기자 하나가 집요하게 달라붙으면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징조 아니냐고 캐묻지만, 과거에 그런 경보를 발령했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는 소장은 신중론을 취하죠. 하지만 결국 대 폭발이 일어나고, 미국 전역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대략 이런 스토리입니다. 물론 화산 현상이나 폭발에 대해서 친절한 설명을 잊지는 않습니다만, 어디까지나 극 중 주인공의 입을 빌려서 설명하여 영화라는 전체 형식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죠. 중간 중간 폭발 당시 공원의 책임자였던 생존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장면도 삽입하여 몰입도를 배가시킵니다.

비로 TV용 다큐멘터리라서 CG 효과는 어설프긴 하지만, 시나리오나 사건의 전개가 매우 긴장감 넘치고 현실감이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재난영화 하나 본다는 느낌으로 보시면 됩니다. 일본침몰  영화보다 백만배 재미있습니다(일본침몰 책보다는 재미 없습니다만). 사실 어지간한 재난영화들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이런 걸 보면 역시 BBC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이런 것도 만든다!'라는 정신이 곳곳에 배어 있어요. 기존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세는 정말 높이 살 만 합니다.

그리고 이 내용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궁금하는 분들을 위해서, 후속편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The Truth about Yellowstone 옐로우 스톤에 관한 진실>이라는 2부작 다큐죠. 여기서는 옐로우스톤에 관한 내용과, 과연 엘로우스톤에서 본편에 나왔던 것 같은 대폭발이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짚어 봅니다. 사실 이 후속편만 해도 괜찮은 다큐멘터리거든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사족을 좀 달자면, 이 다큐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다큐멘터리도 변화를 꾀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다큐멘터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요 방송 3사와 EBS의 다큐멘터린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 있고, 특히 자연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BBC나 NHK, NGS 정도의 수준에 올랐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무엇이냐? 바로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형식에 있어, 천편일률적으로 '사실 전달과 시청자 계몽'일변도로 나간다는 거지요. 영화적 구성이나 페이크다큐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정도 양적/질적 수준에 올라왔다면 이제 변화를 좀 줘도 될 법한데 말이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바로 KBS에서 제작한 <슈퍼태풍>이라는 다큐죠.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던 예고편만 보자면, 2030년 한반도에 유래가 없었던 슈퍼 태풍이 덮치고, 이로 인해 한반도 전체가 어마어마한 홍수 피해를 입는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성은 <슈퍼 볼케이노>와 같은 재난 영화식 구성이었죠. CG는 좀 후달렸지만,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볼만 하겠다 싶어 과외 후딱 끝내고 과외하는 집에서 그걸 봤습니다 -_-;

그런데 이게 웬걸, 이 사람들이 나를 가지고 장난을 했습니다. 예고와는 달리, 순수한 영화적 구성이 아니었던 겁니다. 전체 형식은 영화적으로 나가는 듯 싶으면서도, 웬 나레이션? 그리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현직 과학자들의 인터뷰?

아마도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이 다큐의 컨셉을 완전히 잘못 정한듯 싶습니다. 아니면 두가지 계획이 섞여서 죽도 밥도 안됐거나요.

컨셉을 '영화'로 잡았으면, 완벽히 영화로 구성해야지. 왜 오락가락 하는 건지 모르곘습니다. 이러면 보는 사람은 어디에 몰입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왜 해설자가 등장하는 겁니까. 그것도 결정적 부분에서만 해설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상 이변에 의한 현상이랍시고 해파리떼가 등장하고, 거기에 수영하던 사람이 쏘이는 장면입니다. 누가 봐도 뻔히 보입니다. 근데 거기서 "119 구조대가 물에 빠진 해수욕객을 구조하러 가고있다. 그런데, (어쩌구저쩌구)" 아니 시청자는 눈이 없어서 구하러 가는거 안보인답니까?

그리고 왜 중간 중간에 현직 학자들의 인터뷰를 넣어서 분위기를 깨는지 모르겠습니다. 배경 설정은 기껏 2030년으로 해 놓고, 보이는 배경은 다 2006년이면서, 겨우 몰입하나 했더니만, 갑자기 인터뷰 툭 튀어나오고, 좀 지나면 인터뷰 또 튀어나오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건 제작진의 기본 자세가 잘못된 겁니다. 시청자를 계몽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거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구태여 그런 해설과 인터뷰를 넣을 수 없죠. 아니면 영 바보이거나. 자신들이 뭘 만들어야 하는지 파악도 못하는 바보 말이죠. 아니면 (사실은 제 생각으로는) "다큐멘터리는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 관념에 아주  단단히 빠져 있는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는 해설이 있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현직 학자의 인터뷰로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이래야 한다........

어설프게 BBC 흉내 내보려고 한 거 같은데...... 우리가 수준이 딸리는 상황도 아니고, 좀 독자적으로 제대로 못하는 건지...답답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DC에서는 페이크 다큐도 만들어서 용이 있네 없네 하는 판인데.......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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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0 00:09 2006/12/1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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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D R
    아.. 나 Discovery Perfect Disaster 열심히 봤는데!
    그것도 상황설정 해놓고 영화 분위기.
    다만 중간중간에 다큐식의 '나레이터' 는 있음.
    요즘 이런 다큐가 유행인가봐?
    • 장수제 2006/12/10 08:59
      M/D
      기존 틀을 깨야 시청자들이 보니까.
      근데 NHK나 KBS,MBC는 정말 지독히도 예전 형식 고수하고 있음 -_-
  2. M/D R
    -ㅅ-)) 저는 단지 퓨쳐오브와일드가 보고싶을뿐...
    (후다다닥)
  3. M/D R
    나는 단지 우리 집에서 삼돌이를 하고 싶을뿐...
    (당당)
  4. M/D R
    어젯밤에 이 다큐 1부를 보고 재미있어서 검색해봤는데 장수제님 블로그에 들어오는군요. 2부는 다음주에나 한다는데, 엄청 기대중입니다. 재미있었어요.
    • 장수제 2007/02/07 14:29
      M/D
      재미있는 다큐죠. 긴장감과 과학적 요소를 잘 버무려 놨어요.
      돈을 좀 더 들여서 CG를 다듬은 다음 판매용 영화로 출시해도 괜찮을 정도지요.

      2부도 꼭 보세요~~
  5. M/D R
    이거 어느 채널에서 하는지 알려주세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에서 읽구 관심이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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