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모님 모시고 로빈 후드 보고 왔습니다.
어머니는 영화취향이 저와 비슷하시고 (가장 좋아하시는 캐릭터가 골룸과 요다 -_-b) 아버지 취향에도 맞는 서사극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모시고 갔는데, 뭐 결과적으로는 두 분 다 재미있게 보신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합니다.
저는 전체적으로는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중간까지는 뭐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로빈 후드 민담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거였고, 길지는 않지만 전투씬이라던가, 12세기 말엽의 영국 모습도 흥미로웠고 (감독이 감독이다 보니 디테일은 믿고 넘어감) 케이트 블란쳇이야 뭐 최고였습니다. 간만에 보는 대하 서사극이로구나 재미있구나 했죠.
근데 멍청한 존 왕의 뻘짓이라던가 뻘짓이라던가....굳이 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는 셔우드 숲의 아이들이라던가 (뭐 프리퀄 이니까 어쩔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원래 찍어놓은 것에 반 정도밖에 안 보여주는 듯한 무성의하고 산만한 진행이 거슬리더군요. 뭐 이미 상영시간도 짧은 편이 아니니 이해는 합니다만 아무리 봐도 찍어놓은 건 훨씬 많을 듯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진행되는 마지막 해변 전투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어느 분 감상평대로 웬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오르는 몇몇 씬들에, 대체 이 전술은 어느 바다에 버리고 온 건지 모를 움직임하며, 마지막에 등장하는 미리엄과 아이들은 대체 뭔지....정말 너무 억지로 끼워 넣어서 눈에 거슬리더군요.
마그나 카르타야 작품에서 15년 후에 서명되니까 불에 태우는 건 그렇다고 쳐도...
거기서 갑자기 칙령을 내려서 로빈 후드로 연결시키는 것도 참.....
아, 하지만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중간에 이야기하는 대사는 좋았습니다. 너무 교훈적이라 손발이 약간 오그라들긴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그 무엇을 이야기해주는 건 좋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씹어댈 만한 영화더군요 (ㅋㅋㅋ).
덧붙이자면, 영화 도입부까지의 내용은 실제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웬지 글래디에이터의 고고학 전공자(저는 아니고)를 분노시키는 엔딩이 떠올라서 찾아봤습니다만, 사자왕 리처드가 무리하게 원정 자금을 끌어모으기도 했고 (사실 로빈 후드와 같은 민담이 생겨난 건 이때문), 원정 기간 도중에 배가 난파하여 신성로마제국에 사로잡혀 엄청난 몸값을 치르기도 했고요, 프랑스 왕 필리프 2세가 리처드의 막내동생인 존을 뒤에서 지원하여 왕위를 빼앗도록 도와 준 것도 맞습니다 (실패했지만). 그리고 1199년 4월 공성전 중에 전사한 것도 실제 역사입니다 (물론 요리사에게 맞은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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