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한국의 장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산 사람이 살기도 비좁은 땅, 죽은 사람을 위한 묘자리가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산과 삼림을 훼손해왔기 때문이죠. 이러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 화장, 수목장 등 다양한 대체매장법이 제안되어 왔고, 이 중 화장과 수목장이 현실적으로 대체 가능한 방법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화장 같은 경우, 이제는 화장장이 모자랄 정도로 그 비중이 늘어났죠. 또 근래에 들어와서는 수목장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혹시 ‘수목장’에 대해 처음 들어 보셨을 분들을 위해 뭔지 간단히 설명해 드리죠. 수목장이란, 돌아가신 분의 유해를 화장하여, 그 재를 나무에 뿌리고, 그 나무를 마치 고인을 대하듯 소중하게 가꾸는 것입니다. 새로 심은 나무보다는 어느 정도 자란 나무에 많이 하지요. 별도의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기존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동시에 고인의 유골이 뿌려진 나무를 가꾸게 되므로 산림까지 보호하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는 매장 방법입니다. 외국에서도 많이 실행되고 있는 방법이지요. 시민 단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여러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헌데, 우리나라 수목장의 현실은 환경 보호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애당초 수목장이 제안된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장묘 및 성묘 문화의 개선이었습니다. 기존의 문화에선 봉분이 존재하고, 살아있는 후손들은 정해진 때에 그 봉분에 찾아가 음식과 술을 올리고 절을 하고 왔죠. 이 과정에서 허례 허식이 생겨나고, ‘음식과 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봉분 자체가 가져오는 파괴적인 영향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하지만 수목장의 경우는 환경 보호는 물론, 일정 기간에 형식적으로 다녀오는 성묘 대신 주기적으로 나무를 가꾸면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형식입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유입된 많은 다른 문화 요소들처럼, 수목장 역시 변질되어가고 있습니다. 유골을 나무에 뿌립니다. 그리고는 와서 성묘를 합니다. 여기까진 좋아요. 근데 성묘하는데 방해된다고 주변의 나무를 잘라냅니다. 그것도 여러 그루.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인을 기린답시고 나무 앞에 비석을 세우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런 행위는 당연히 불법입니다. 합법, 불법을 떠나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행동이지요. 그나마 수목장 묘역으로 조성된 숲에서 이러면 양반입니다. 그냥 아무 산에다 해도 되는 줄 알고 아무 산에서나 이래요. 뭐 사실, 기본적인 수목장의 뜻을 따른다면 어느 나무에 한들 뭐가 문제겠습니까.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수목장을 했으면 되었지, 거기에 비석은 왜 또 세웁니까? 성묘하는 것 까지는 좋아요. 근데 방해된다고 왜 나무를 베어내는지? 성묘하러 맨날 오나요? 불편하다고 나무를 마구 베어내도 되는 걸까요?
애당초 저럴 거면 왜 수목장을 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그냥 봉분을 만들면 될 것이지, 선산을 팔아 먹었나? 아니면, ‘봐라, 나는 수목장 했다. 나는 참 잘났고, 아주 진보적이고 변화하는 사람이야. 보라고. 날 보라고. 나 잘났다!’ 라고 자랑하기 위해 수목장을 한 것인가요?
수목장을 왜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없이, 그저 남들이 하니까, 좋아 보이고 뭔가 튀어 보이니까 생각 없이 부화뇌동 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고를 치는 것 같습니다.
세상사라는 것이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의 본질을 잊어버린 채, 그 껍질만을 따라가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수목장의 경우도 그래서 불거진 문제지요. 왜 그게 등장했는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저 남들 하니까 흉내만 내는 모양이라니….
물론 제대로 된 수목장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 동안의 사례로 볼 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는 항상, 미꾸라지가 너무 많아요.
제발, 이러지 맙시다.

comments
comments rss (+댓글 쓰러가기)도입부까지는 "야. 이런 신선한 것이!" 했는데...
이건아니잖아~ 이건아니잖아~~
전 죽으면 화장하라고 할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