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이 일요일에 망설이다가 월요일에 비로소 마음을 먹었다. 그래, 그래도 혼자보다는 친구가 같이 가니 마음이 나는가보다 했다. 원체 말만 앞서지 소심한 인간이라서. 선뜻 같이 가자고 했던 지웅이 녀석이 고마웠다. (게다가 녀석 일요일이 생일) 처음에는 일단 조계사로 갔다. 조계사에서도 오래 기다려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도착한 조계사.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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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 마련된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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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분향을 마치고.. 옆에 마련된, 고인에게 말을 남기는 곳에 가서 간단히 말을 남겼다.
하지만 조계사는 아침이라 그런지 썰렁했고, 웬지 조문을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발길을 돌려, 덕수궁 대한문으로 향했다.
가는 길, 점차 대한문이 가까워지면서 경찰 버스들 - 어느 간부놈이 '아늑하다'고 표현했던 닭장차들이 늘어선 것이 보였다.
그 아늑한 버스에 둘러싸여 평생을 보내게 해 주마.
오호 통제라. 저것이 견찰의 본모습이로구나. 새삼 다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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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말씀: 많이 묵어라
일요일과는 달리, 개들은 까만 갑옷대신 밝은색의 정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옷이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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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붙여놓은 유서 '풀버전'
어느 시민이 분노하여 '유서 풀버전'을 붙여 놓았다. 아직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권 들어와서 언론이라는 이름을 단 애널서커들이 보여준 작태와, 치졸하고 더럽기 그지없는 정권의 졸개들이 보여 준 꼬라지로 봐서는, 유서 조작 및 편집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아래는 상세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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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풀버전'의 전문. 클릭하면 커짐.
유서를 뒤로하고 조문행렬에 줄을 섰다. 토요일부터 고생하셨을 자원봉사자분들이 국화와 근조 리본을 나눠주시고, 줄을 정리하여 조문을 돕고 있었다. 어디에나 이런 분들이 계시고,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이 나라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작은 것이라도 보태고자, 물품이 모자라다는 봉화마을에 생수를 좀 보냈다. 자원봉사로 뛰면 좋겠으나 소심한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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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가린 어느 분의 머리 만큼이나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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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행렬 및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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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내가 어디 가면 사람이 늘더라. 이날도 내가 줄을 서니 뒤로 사람들이 대거 몰려왔다. 심지어 배신자 김민석도 낯짝을 들이밀었다. 그 옆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있더라. TV에서만 보던 낯짝들을 보니 기분이 새삼 더러워졌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기분이었는지 다들 한번씩 노려봤다. 그래도 모두들 예의를 지켜 가만히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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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쓰다보니 또 눈물이 난다. 누군가 아늑하다고 우겨댔던 분향소 주변의 경찰 버스는 어느새인가 게시판이 되어 있었다. 아 그래서 여기다 둘러 싸 준 것이로군하. 시민들이 편리하게 욕을 쓸 수 있도록 해 준 거시로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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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클릭해서 확대해 보시라. 어느분께서 친절히도 우리에게 떡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실지도 모른다.
4일 전까지만 해도 분노 정도가 최고였던 국민들의 마음은
이제는 원망과 원한, 한으로 바뀌었다.
작년 촛불때와는 사뭇 다른 문구들에서 분노와 원한이 느껴졌다.
이제 그 누군가는 '개새끼' 정도가 아닌 '살인마' 의 꼬리표를 달고 인던 레이드를 뛰어야 할 것이다. 평판 퀘스트 따위 아무리 해 봤자 평판은 좋아지지 않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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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이동식 게시판이다. 부디 떼지 말길 바란다. 아주 장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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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밥줄이면 충분한 듯 하다
아 무섭다. 나 사실 이 사진 올리면서 약간 무서워졌다. 나도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섭고 이런 사진 하나 블로그에 올리면서도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더더욱 무서워졌다. 하지만 난 올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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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분향소. 먼저 설치되었던 것인지 편의를 위해 하나 더 만든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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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해방구
갈기갈기 찢어진 우리의 고통을 누군가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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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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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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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꼭 떡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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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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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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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어보는 건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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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막혔던 시청역 입구에 붙은 메시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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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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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이 아니고 어용이겠지 / 언제 허가는 해 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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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가 버스를 갈랐듯, 우리도 반토막낼 듯 / 아니면 우리가 국민이 아니거나
중요한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 게임의 한 구절이 있다.
"때로는 잊는다는것도 죄가 된다."
(로스트 오디세이)
그렇다. 잊는다는 것은 죄이다. 지금은 무척 슬프고 괴로와 온몸으로 기억하겠지만 늘 그렇듯 바쁜 일상은 우리를 악어처럼 삼킬 것이다. 우리는 그 악어의 뱃속에서 악어의 눈물을 마시며 근근히 살아갈 것이고, 이 모든 분노와 원망, 슬픔을 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생각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님을. 민주주의로 가는 기나긴 길목에서, 우리 모두의 무지가 불러온 비극임을. 이러한 현실을 고치기 위해서는 제 2의 노무현이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공고히 받치는 민초들이 필요함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우리 노간지 형님을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책적 측면에서 그를 100%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존경한다. 또한 그가 다 이루지 못한 꿈을 그리워하며, 그를 사지로 몰아간, 처음부터 철저히 그를 멸시해 온 기득권 세력을 증오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슈퍼맨도, 제 2의 노무현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이다. 우리가 스스로 정신을 차려, 반드시 오늘을 기억하고,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저 일을 열심히 하는 것(근데 이건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말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 비추다),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떠들어대는 것(약간의 효과), 거리로 나서 데모를 하는 것 (데모는 민주사회에서 정상적인 의사 표현 채널 중 하나이다) 등이 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것은 역시 투표이다.
투표는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과정이다. 자신들의 명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우리 국민들이 명줄을 쥐고 있음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이다. 따라서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
(정말 멋진 한류스타 Q3님의 웹툰: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 ··· ay%3Dmon )
그러나 투표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속해서 이기적인 권력자들에게 우리가 그들의 명줄을 쥐고 있음을, 우리의 뜻에 반하는 순간 그들의 명줄은 정말 미친소 정신줄마냥 순식간에 끊겨나갈 것임을 상기시켜야 한다. 항상 그들을 주시하고 압박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한없이 이기적이어야만 한다. 정치인들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조종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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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덕수궁에서 얘기한 것을 이루려면 꾸역꾸역 투표해야겠지.
그러려면 힘부터 내야 돼.
잘 쉬게. 풀어 놓을 건 모두 풀어 놓고 잘 가라앉힌 다음에 다시 출발하자구.
나는 가을, 날이 선선해지면 비석에 들를 예정이네.
그때 기회가 닿으면 함께 가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