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제의 블로그


아무리 여성부가 싫어도 남녀 평등은 이루어져야 한다



근자에 여성부를 가지고 말이 많다.

그 전부터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이번 '회식비 제공'사건으로 인해 폭탄이 터져 버렸다. 오죽하면 포털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여성부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겠는가. 이번 건은 내가 봐도 좀 심했다. 아마 여성들이 봐도 좀 그럴 것이다.

이번 일 외에도 여성부는 여러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 가지고도 말이 많다. 맨날 나오는 '개페미' 소리도 다시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하고. 이러다가 한국 여성운동 자체가 망하게 생겼다.

물론 여성부는 잘못을 많이 했다. 사과할 건 사과하고 고칠건 고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 여성부에서 내 놓은 남녀 평등을 위한 모든 정책을 뒤 엎자라든가, '남성부'를 만들어야 한다든가, 여자는 집에서 살림이나 해야 한다든가, 한국 사회는 남성 역차별 사회라든가 하는 말들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내가 남자긴 하지만, 솔직히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남성 중심의 사회다. 많은 분야에서 단지 성별이 남성이고 XY 염색체를 지니고, 밖으로 튀어나온 생식기를 지니고 있다는 이유 하나많으로 그렇지 않은 성별의 인간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다. 깨인 여성과 남성들의 노력으로 개선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 바꿔야 할 부분은 많고 넘어야 할 산은 높다.

뭐 더 이상 이런 이야기 해 봤자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안되니까 접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남성 중심의, 남자가 유리한' 사회라는 거다. 아직 덜 바뀌었다는 것이다.

약간의 소수자를 제외하고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남녀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대개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체 왜, 그 원론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그리도 큰 벽에 부딪히는 것일까?

나는 이 원인을 '기득권' 을 가진 쪽(남성)의 기득권 의식과, 일부 급진 '여성 우월주의자'들의 행위 때문이라고 본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남성들이 우월한 곳을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의 남성들은 최근에 들어와서 '남성이 공격받고, 손해보고,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장난을 치지 않은 거대 스케일의 통계만 봐도 아직 우리의 남녀 평등 수준은 낮은데도 말이다.

바로 기득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기득권이란 것이 뭔가. 남들이 가지지 못한, 사실은 평등하게 나눠 가져야 할 권리를 독점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그 권리를 가지지 못한 자에게 나누어준다고 치자. 원론적 수준에서 그렇게 되면 균형이 맞으니까 사회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득권을 가진 측에서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가지지 말아야 할, 또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부분을 원래 가졌어야 할, 또는 너무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지극히 공정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또 자신이 설사 그만큼의 권리를 떼어 준다고 해도 절대량에 있어서 아직 가지지 못한 자를 넘어섬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것이다. 왜?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총량과 소유의 부당성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당장 손해를 보게 된다고 펄펄 뛰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한국 남자들은 이 기득권 세력이다. 그들은 독점하고 있던 황금의 일부분을 여성들에게 떼어 주는 것이 너무나도 싫은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일부 극단 분자들이 중도파를 선동하여 마치 지금 약간의 권리를 떼어주게 되면 남성으로써 가진 게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것인양 몰아가는 것이다. 굳은 생각을 가지지 못한 중도 회색부분의 사람들은 그 생각에 휩쓸려 가게 된다.

오해 마시라. 남자들이 다 죽일 놈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꼭 이 말 하면 '그럼 남자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거냐'라고 극단론으로 몰아가는 사람이 꼭 등장하는데, 그게 아니다.
남성의 '기득권'이라는 것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라서 오해가 더 많은 거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남자라서(나도 남자니까 '우리') 여자들을 제치고 얻는 것이 많다. 대개의 남성들이 이 부분을 잘 모른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여러 권리들이 여성에게 넘어가니까, 마치 남성이 일방적으로 빼앗기기만 하는 것인 양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결코 역차별이 아니다. 차별받고 있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새로 생기는 것 뿐이다. 그 장치속에 여성을 위한 배려만이 들어있는 이유는, 이렇게하도 하지 않으면 원래는 당연히 누려야 할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할당제를 안하고, 의원할당제를 안해도 여성이 들어갈 수 있으면 그리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곳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제 할당을 하는 것이다. 제발 이걸 역차별이라 생각치 말자. 나중에 평등 사회가 실현되면 다 자연히 사라질 제도다. 그 후에는 일정 폭을 가지고 비율이 변화하겠지.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그렇지만 이 사태의 모든 잘못이 남성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책임은 남성에게 있지만, 일부 책임, 특히 작금의 사태를 야기한 것에는 여성들 그 중에서도 극단주의 운동 세력의 책임이 크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극과 극은 통한다. 두 적대 세력 사이에서, 각 세력의 극단주의자들은 상대방 극단주의자들의 존재로 인해 그 존재가 정당화되며 세력을 키워 간다.

무슨 말이냐고?

내 오해와 무지일수도 있겠지만, 일부 여성 운동가들이나 단체들의 행동을 보면 그들은 마치 남성을 '타도해야 할 악의 세력'내지는 간단히 '악마'로 보는 것 같다. 그들은 모든 남성이 마치 남성 우월주의에 찌들은 마초인 양 묘사하며, 때로는 정말 일방적인 남성의 희생만을 강용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힘은 너무 강하며, 방향 또한 지극히 잘못되어 있다. 이들의 지상 목표는 '남녀 평등'이 아닌 '여성 우월주의'로 보인다.

물론 저런 극단주의가 등장한 것에는 남녀 평등에 무지하거나 그것에 반대하는 남성의 책임이 제일 크다. 어느 기득권-저항 세력의 대결 구도에서든, 초기에는 기존 구조에 반발하는 강성 세력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아니, 강성할 수 밖에 없다. 기존의 단단한 벽을 깨 부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니까. 억눌리던 세력을 뭉치게 하고 깨우칠 강력한 힘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그 강력한 힘은, 억눌린 자를 뭉치게 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항상 가정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그 적이 '남성'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고 나면, 이런 변화는 혁명이 아닌 개혁으로 이루어 내야 한다. 무조건적인 강경책은 한계가 크다. 상대방이 박멸해야 할 바이러스가 아니고, 나와 동등한 인간인 이상 더욱 그렇다. 외국 사람이라면 안보고 살면 된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 여성과 남성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더불어서 같이 살아야 할 존재다.

중간 이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의식 개혁을 위한 교육과 켐페인, 그리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뒷받침 해 줄 '제도'이다. 혁명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아직 바뀔 것이 많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녀 평등에 대해 공감하고, 그것을 위해 작으나마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유생 협회'와 같은 단체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의견이 점점 바뀌고 있지 않은가.

이 과정에서 여성 세력이 정말 신경써야 할 곳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다.

과거에는 여성들 자신이 무지하거나, 의지가 없었다. 원래 남성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도 개혁할 의지도, 수단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거의 모든 여성들 - 지극히 나이 든 세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 이 당연히 남녀는 평등해야 하며, 현재 상황이 고쳐야 할 잘못된 상황이란 것을 인식하고 있고, 고치려는 의지와 수단(수단이 좀 부족하긴 하다)도 가지고 있다.

진정 여성운동이 신경써야 할 곳은 남성이다.

일부 극단주의자를 제외하고는, 대개의 한국 남성들은 남녀 평등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관심이 없다고 할 지라고 최소한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즉, 원론적 수준에서는 동의한다). 일부 남성들은 소극적, 적극적으로 남녀 평등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하지만 아직 남성 내에서는 소수 세력이다. 내 자신은 여기쯤 해당한다고 생각하며, 그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소수 세력을 제외한 중도파와 회색파들은 극단주의자들의 책동에 끌려다니기가 쉽다. 군중 심리랄까. 따라서 남성 전반의 여론은 극단주의나 대략 남성 우월주의적인 방향으로 대개 흘러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수자들은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지만, 묻히거나 심지어 '배신자'로 찍혀 놀림이나 받기 일쑤다. 이런 일은 소수파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이란게 그렇다. 생각은 그렇게 하고, 스스로 행동은 남녀 평등을 위해 하지만, 막상 남들에게 말하기는 힘들다. 더군다가 대개의 남자들이 반대로 생각을 하는 상황에서 민감한 문제(예를 들면 군 가산점)가 등장할 경우 소수파 남성들은 발언을 할 생각조차 못한다. 민감한 주제의 경우 정말 '배신자'가 되어 버리니 말이다.

여성 우월주의 내지 극단주의적 여성 운동이 득세하면 득세할 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이런 경우 실질적으로 남성의 권리가 일방적으로 침해당하는 경우가 가끔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남성 소수 개혁파의 발언권은 더욱 줄어든다. 심지어 소수파 자신들도 과연 저런 여성 운동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남녀 평등 운동에서, 가장 크게 변화해야 할 대상은 누구일까? 바로 남성 아니겠는가? 전술했듯이 초기에는 여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성들 못지 않게 남성들에게도 남녀 평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여성 운동 심포지엄에 남성들이 없는 걸 보면 항상 답답하다. 자기들끼리 떠들어 봐야 무슨 소용인가. 정작 변화의 대상인 남성은 삐놓고 말이지) 여성들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남성들의 자각과 변화가 더 중요한 것이다. (왜냐면 남성들이 잘못을 저지르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 내부 자각과 변화를 위해서는 소수파 남성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하고, 더 나아가서 그들의 생각이 다수의 생각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 운동권이 이들을 도와 줘야 한다. 이들을 동반자로 생각해야 한다. 사실 이 소수파는 여성 운동의 동맹군이다. 그것도 가장 강력한 동맹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성 운동은 많은 부분에서 남성을 배재한다. 아니, 남성을 평등 운동의 주체로 인정하지를 않는 것 같다. 그들은 객체이며, 대상물이고, 개혁과 치료, 심지어는 타파의 대상일 뿐이다.

남녀 평등은 문자 그대로 남성과 여성이 같이 변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남성 또한 여성과 같은 인간이고, 우리는 인간대 인간으로 평등해지자고 이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위 '여성계'에서는 아직도 강성 기조가 우세하며, 남성을 타파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

제발 그러지 말자. 남자건 여자건 모두 같은 인간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상호 존중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의 행사이지, 여성 우월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제발, 정말 제발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에서는 도망가지 말자.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일부 몰지각한 여성 중에서는 이득이 되면 남녀 평등을 내세우고, 힘든 상황이 되면 '나는 여자니까'하고 슬그머니 도망간다. 사소하게는 일터나 학교에서 짐 나르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군 문제까지 동일한 태도를 드러낸다. 사소한 짐 나르기, 이거 사소해 보여도 중요한 거다. 인간의 의식이란 건 사소한 것이 축적되서 생기는 거다. 이런 것에서 실수하면 영영 못고친다는 말이다. '나는 힘이 약하니까 조금 들겠습니다' 라는 건 괜찮다. 그거는 각자 힘에 맞게 일을 분담하는 거니까. 하지만 "나는 여자니까 짐 안나르고 커피나 타 올께요" 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은 자폭이다 자폭. 그것은 기존 사회의 남성-여성 구도를 유지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것이다. 이런 행동, 남자들 정말 싫어한다. 소수파 남성들은 당황스럽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남자들 입에서도 '여자가 당연히 ...... 을 해야지", "여자가 그래서 쓰나" "남자니까 당연한거지"라는 말이 나오는 법이다. 군대 문제? 이건 좀 민감한 것이긴 하지만, 의무라는 입장에서 평등을 주장하려면 당연히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라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임신? 그건 이것과 별개의 문제다. 사실 사회적 의무인 병역과 생물학적 특성인 (아주 중요한 기능이기도 하고) 임신을 동일선상에 놓고 서로 맞바꿀 수 있다느니, 뭐가 더 우월하다느니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애시당초 비교 불가능인 사항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은 의무에서는 도망가려고만 한다 이말이다.

그리고 거저 먹으려고 하지 말자. 남녀 평등의 진정한 의미는, 남녀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여러 보완 제도들은 그 경쟁 과정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성을 획득할 동안만 임시로 만들어서 돌아가는 것들이다. 즉, 이런 제도에 힘입어 권리를 얻었다면 그에 맞는 의무를 수행하고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제도에만 기대어 편안히 과실을 따 먹을 생각 따위는 제발 버려라. 민주주의의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다. 이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다. 제발 부탁이니 노력들 좀 해라. 생리휴가 쓰는 건 좋다. 다만 업무 효율은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하루 쉬게 해 줬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실제로 여성 고용주들도 그런 식으로 결손이 생기는 것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 전까지 대충 일하지 라는 생각도 버려라. 요즘 세상에 결혼했다고 남편이 먹여살려줄거라고 보는 건 아니겠지? 어차피 애 교육 시키려면 힘들걸? 자녀 양육을 위해 어쩔수 없이 그만 두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예 들어갈때부터 결혼하면 때려치지 라는 생각은 하지 말란 말이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들 때문에 일부 고용주가 저지르는 '결혼하면 짜른다'라는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다고? 아버지께 여쭤봐라. 아직도 보인다. 아직도.

모두 다 변해야, 평등이 이루어진다. 물론 변화해야 할 양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제발 본질을 생각하고 행동하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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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02:10 2006/12/29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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